오늘은 내 인생에 있어서 참으로 의미 있는 날 중 하나이다.
20대 중후반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첫 취직을 하고, 돈을 벎에 감사하며 회사의 모든 일에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슴한켠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뛰어든 취업시장은 생각보다 참담했다.
그냥 퇴사한 김에 쉬는거지라는 자기 위로와 자신감은 점점 하락했다.
타 지역으로 벗어나 겨우 새롭게 시작한 내가 원한 계열의 직장.
그곳에서도 역시 나의 모든 열정을 다 했다.
하지만 그 곳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한 번 더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개발자 사이에서 나는 배울 것들이 충분히 많았고,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참 애매한 감정이 생겼던 기간이었다.
사회에서 개발자로서 나의 위치는 한참 아래에 있지만, 회사에서 개발자로서 나의 위치는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가 이 회사에 없다면 이 회사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회사라는 것이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와 나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나 또한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인상적인 하루였다.
이전 회사의 투자자로 있었던 사람이 직접 나와 연락이 닿아 새로운 사업 이야기를 했다.
초기 멤버로서의 제안을 받았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소속을 옮길 생각은 없지만, 기술고문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일을 같이 할 예정이다.
이 사회에서 내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이력서를 만들지 않아도, 기업에 찾아가 나라는 존재를 알리지 않아도, 나의 존재를 알고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인연들을 잘 이어가 내 인생에서도 업무적으로, 사적으로도 좋은 관계로 성장해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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