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이1 17일차 - 피곤한 하루 오늘은 판교에 올라온 이후에 가장 피곤한 하루였다. 나는 지방에 살다가 처음으로 경기도권에 살고 있다. 지방 중에서도 우리 집, 내 방은 산과 논이 있는 방향으로 창문이 나 있었고, 날씨가 좋은 날에 창문을 열고 자면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나는 그런 집이었다. 블라인더를 내릴 필요도 없이 밤이 되면 밖은 깜깜해지고 켜놓은 모니터만 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지금 여기 고시텔은 내 손바닥만 한 창문이 있고, 그 건너에는 건물로 막혀 있다. 벽과 딱 붙어있는 침대의 위치는 밤마다 한기가 올라와서 발을 시리게 한다. 화장실 환기구에서는 가끔 역한 냄새가 올라와 화장실 문을 열어둘 수 없다. 화장실 문도 여닫이문이라 완벽한 밀폐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화장실 앞에 놔둔 발 걸래용 .. 2022. 1. 4. 이전 1 다음